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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4일 수요일

강남 중심 무섭게 번지는 ‘텍사스 홀덤’ 포커판


텍사스홀덤 [뉴스]강남 중심 무섭게 번지는 ‘텍사스 홀덤’ 포커판

'텍사스 홀덤(Texas Hold'em) 포커'라는 포커 게임이 부유층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텍사스 홀덤 포커는 7장을 가지고 진행하는 포커 게임과는 다르게 2장의 '개인 카드'와 바닥에 펼치는 5장의 '커뮤니티 카드'로 베팅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포커대회에서 채택된 방식일 정도로 해외에서는 이미 포커 게임의 '전형'으로 굳어진 상황. 이러한 텍사스 홀덤 포커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빠른 속도로 '포커꾼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서울 강남에 산재해 있는 '트럼프 방'이라고 불리는 보드 게임 바에서 텍사스 홀덤 포커가 열린다. 보통 1인당 2만~3만 원으로 '비교적 작은 판'으로 시작하는데, 게임이 무르익을수록 판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게임방식이 단순한 '도박'과는 달리 주식투자와 비슷한 점이 많아 특히 경영수업을 하는 재벌가 자제나 외국계 회사의 젊은 이사들이 많이 즐긴다고. 이들은 일반인들이 출입하는 '트럼프방' 대신에 고급빌라나 오피스텔에 모여 최소 1인당 1억 원씩의 돈으로 '텍사스 홀덤 포커판'을 연다. 판이 커질 때는 수십억 원대의 판이 형성되기도 한다고.
이러한 텍사스 홀덤 포커의 인기를 바탕으로 세계포커대회(World Series of Poker)에 대비되는 일종의 아시아리그인 '월드 포커 챔피언십 아시아, 태평양 투어' 첫 대회를 여는 회사가 국내에 생기기도 했다. 이들은 텍사스 홀덤 포커를 '도박'이 아닌 '레저스포츠'로 양성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음으로 양으로 무섭게 퍼져가는 '텍사스 홀덤 포커'의 세계로 직접 뛰어들어가봤다.
서울 강남의 한 포커 바. 10명 정도가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포커대가 10대 정도 구비되어 있는 곳이다. 한쪽 벽면에는 게임 진행 상황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켜져 있었고 세계 유명 포커 플레이어들의 사진과 약력이 담긴 포스터가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여기까지는 당구장의 풍경과 매우 흡사했다. '당구대'가 '포커대'로만 바뀌었을 뿐.
언뜻 보기에는 당구장과 같은 건전한 레저 스포츠 게임장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텍사스 홀덤 포커가 열린다. 일명 '트럼프방'이라고도 불리는 곳.
사람들은 들어오자마자 1인당 2만~3만 원을 주고 칩을 받는다. 카지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칩들이다. 단속이 심할 때는 칩 대신에 캔 음료수를 이용한다. 자판기에서 캔 음료수를 뽑으면 뚜껑에 붙어있는 '1만~3만 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스티커가 나온다. 이것을 이용해서 게임을 하면 단속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다. 돈을 주고 칩을 받아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넣고 캔음료수를 뽑았을 뿐이라고 '오리발'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 8시가 되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서로들 잘 아는 사이인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고는 빈자리에 앉는다. 한 포커대에 4~5명 이상이 모이면 텍사스 홀덤 포커가 시작된다.
2만 원으로 교환한 칩은 불과 5분 만에, 판이 두세 번 정도 돌아가면 바닥이 난다. 언제든지 '올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판에 칩을 몽땅 날리기도 한다. 칩을 다 잃은 사람은 바로 카운터로 가 다시 2만 원어치 칩을 구입한다. 이곳 사람들은 이 과정을 '리바잉(Re-Buying)'이라고 한다. '리바잉'은 언제나, 언제까지든 할 수 있다. 결국 2만 원으로 시작한 포커판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회사원 박 아무개 씨(28)는 "한 번 올 때마다 50만 원 정도를 5시간 동안 쓰자고 계획을 세운다"고 전한다. 그렇게 지출할 돈의 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해야 한 달 월급을 모두 날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 지나고 게임이 무르익으면 '리바잉'을 10번 넘게 한 사람도 생기게 된다. 이렇게 칩이 바닥나는 사람이 늘어나자 '트럼프방' 업주가 작은 이벤트를 펼친다. 스티커를 붙여 놓은 카드를 뽑는 사람에게 리바잉을 무료로 해주는 것이다. 카드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리바잉을 많이 한 사람은 그만큼 더(5번 리바잉을 했다면 카드를 5번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 카드를 뽑도록 한다.
몇몇 사람들이 공짜로 리바잉을 하자 다음 판이 훨씬 커진다. 한 판에 리바잉한 칩을 모두 거는 사람이 생기고 여기서 잃은 사람은 다시 현금을 주고 리바잉하고. 결국 칩을 팔면서 수수료를 받는 업주들만 돈을 버는 셈이다.
게임이 계속될수록 '트럼프방'은 칩 만지작거리는 소리와 담배 연기만 자욱해진다. 다른 포커대에도 사람들로 꽉 차고 여기저기서 '올인' 소리가 들린다.
게임은 테이블에 앉은 10명 중 단 한 명이 모든 칩을 다 가질 때까지 계속된다. 한 테이블에서 우승한 사람은 다른 테이블에서 우승한 사람과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결국 최후의 우승자가 가려진다. 이런 토너먼트의 '위너(Winner)'는 하룻밤에 수백만 원을 챙기게 된다.
하지만 진짜 게임은 더 은밀한 곳에서 시작된다. 이날 게임에 참가한 적이 있다는 경영학 전공 대학원생 우 아무개 씨(26)는 "토너먼트가 끝날 무렵 '진짜 텍사스 홀덤 포커'가 구석진 방에서 펼쳐진다"고 전했다. 외진 방에서 몇몇 사람들만 모여서 벌어지는 게임은 '트럼프 방'의 판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많게는 하루에 억대가 넘기도 한다고.
'트럼프방'보다 판이 큰 텍사스 홀덤 포커가 열리는 '불법 하우스'도 있다. 이곳은 시작부터 억대로 시작하는 포커 판이다. 서울 강남 압구정 등지에서 비밀리에 열리는데 보안을 위해 평소 잘 아는 사람들만으로 참가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주로 전문직 종사자나 해외 유학파 인사들이 참가한다고.
이와 같은 큰 규모의 '불법 하우스'에 참가해 본 적 있다는 M&A 전문가 이 아무개 씨(34)는 "매일 업주로부터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의 텍사스 홀덤이 열린다는 문자를 받는다. 워낙 판돈이 커서 타고 다니던 고급 외제 승용차를 담보로 맡기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BMW5 시리즈 승용차(시가 6000만 원 상당)를 3500만 원에 잡히는 걸 본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또 이 씨는 "하지만 이것도 재벌가 자제들이 펼치는 초호화판 '홀덤 포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재벌가 자녀들이 펼치는 '텍사스 홀덤 포커'는 그 규모부터가 일반 포커판하고는 다르다. 최하가 1인당 수억 원씩. 또 장소도 고급빌라나 오피스텔 등에서 열리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참가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이들은 포커판에서 절대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재벌가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정 아무개 씨(32)에 따르면 "업주에게 1억~2억 원을 개인 신용으로 빌리는 식으로 칩을 받는다. 만약 돈을 잃으면 다음날 업주에게 계좌이체를 해주고, 딴 사람은 역시 업주로부터 계좌이체 형식으로 돈을 받는다. 결국 포커판이지만 돈이 오가지 않기 때문에 딱히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 또 그는 "이 포커판을 여는 업주는 커미션으로 하루에 1억~2억 원씩 벌어들일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재벌가 자제들의 초호화 텍사스 홀덤 포커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H 그룹 3세인 A 씨. 그는 매일 수억 원씩 돈을 뿌리고 다니기로 유명한데, 특히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고급 콜걸을 불러 질펀하게 놀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재벌가 자녀들이 텍사스 홀덤 포커에 빠져 있는 이유에 뭘까. 일단 이 포커 게임은 미국 등을 비롯한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텔리들이 즐기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머리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재벌가 자제들은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이 게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하다.
포커 전문가 이태혁 씨(38)는 이에 대해 "(텍사스) 홀덤이 주식투자와 매우 흡사해 경영 수업을 하는 재벌가 사람들의 구미에 잘 맞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씨 역시 해외 M&A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물. 그는 텍사스 홀덤과 주식투자의 유사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텍사스 홀덤은 누가 좋은 패를 들고 있을지에 대한 확률을 분석해야 이길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두 장의 카드와 깔려 있는 세 장의 카드를 보고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나머지 두 장이 펼쳐질 때마다 또 모든 경우의 수를 순식간에 계산해 내야 한다. 그러므로 두뇌 회전이 무척 빨라야 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판을 리딩하는(읽는) 능력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분석과 노련한 경험, 그리고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홀덤은 크게 한 건 한다는 생각보다는 전체 판에서 얼마 정도의 수익을 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전체 판에서 최종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게임을 운용해야 한다. 또 이와 함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꼭 필요하다. 이런 모든 것들은 주식투자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점이다."
재벌가 자제들이 포커에 쓰는 돈은 모두 회사 비자금이나 주식 배당금이라는 게 이쪽 사정을 잘 아는 인사의 얘기다. 결국 이들은 회사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처럼 '텍사스 홀덤 포커'를 즐기는 셈이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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