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행위를 관찰하다 보면 확률과 빈도율(frequency rate)을 혼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동전 던지기를 보자. 동전을 한 번 던졌을 때 앞면(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은 1/2이므로 10번을 던졌을 때 앞면이 5번 나오리라고 기대할 수있다. 하지만 실제 10번 던져 앞면이 3번 나왔다면 이 실험에서 앞면이 나올 빈도율은 3/10이다. 우리 모두가 예측하는 대로 확률과 빈도율은 비슷하지만, 확률이론에 따르면 많은 횟수(적어도 1000번)를 반복해야만 확률과 빈도율의 차이를 아주 작게 할 수 있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작게 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다).
확률과 빈도율을 혼동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베팅 방법으로 균등 시스템(balancing system)이라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이 방법은 빈도율이 확률보다 낮은 곳에 베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앞면이 7번연속 나왔다면 다음 차례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유는 빈도율이 1/2이 되기 위해서는 뒷면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확률 이론에 근거한 듯하지만, 반복 횟수가 이론 적용에 필요한 최소 1000번에 비해 너무 적다. 또 동전 던지기는 독립 시행으로, 이미 나온 결과들이 다음 결과에 전혀 영향을 안 미친다. 이것을수학 통계에서 [동전은 기억력이 없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확신이 안 가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확률 계산을 해보면, 8번 계속 앞면이 나올 확률과 처음 7번 앞면이 나오고 8번째는 뒷면이 나오는 확률은 모두 ½ 의 8제곱이다.
균등 시스템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한가지 결과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때를 기다렸다가 그 결과가 아닌 쪽으로 크게 베팅한다. 필자의 한 친구도 동전 던지기처럼 독립 시행인 룰렛 게임에서 이 방법을 썼다가 낭패한 적이 있다.
그가 플레이한 카지노의 룰렛 테이블에는 앞에서 나온 20회 정도의 숫자들을 순서대로 기록하는 전광판이 있었는데, 지난 일곱 차례의 당첨 번호가 연속 짝수였던 것을 감지한 사람들은 홀수에 베팅하기 시작했다(지난번 설명한 색 베팅처럼 홀짝 베팅도 한 배 지급받는다). 짝수는 계속해서 11번이나 더 나왔고, 회가 거듭할 수록 점차 더 많은 돈을 건 그들은 상당한 액수를 잃었다. 결국 짝수가 18번 계속 나온 것인데, 이보다 더 심한 경우가 1913년 8월 18일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일어났다.
한 룰렛 테이블에서 까만 색 숫자들이 연속해 나오기 시작하자 균등 시스템 방법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빨간 색에 거액을 걸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불행하게도 까만 색 숫자들만 무려 26번 연속 나왔고, 카지노는 이날 이 테이블에서만 (도박꾼은 대부분 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수백만프랑을 땄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런 현상은 희귀한 것이지만,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예측되는 일이다. 룰렛을 5억 차례 반복했을 경우 한 색깔(까만 색 혹은 빨간색)이 연속 26회 이상 나올 확률은 95%가 넘는다. 세계의 모든 카지노에서 날마다 시행되는 룰렛 횟수를 계산해보면 5억 차례란 그리 엄청난 횟수가 아니다.
균등 시스템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은연중 이 방법으로 베팅하는 이유는 무작위(random) 시행의 빈도율은 확률과 같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듯하다. 한 예로 동전을 여러번 던졌다고 가상하고 그 결과를 순서대로 기입하는 미국의 한 실험에서, 대개의 사람들이 앞면과 뒷면을 비슷한 횟수로 써냈다고 한다. 또한, 무작위 시행 결과는 아무런 규칙성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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