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미국에서 사냥개(그레이하운드) 경주대회가 영원히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구식 도박게임인 이 대회보다는 카지노와 슬롯머신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생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사냥개 경주대회의 폐지를 요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그레이2K U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7개주 22곳에서 이 대회가 열리고 있다. 10년전의 15개주 49곳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손님들의 외면으로 자진해서 영업을 중단한 사업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 법에 의해 폐지됐다.
경주대회를 계속하고 있는 곳도 적자에 허덕이면서 다른 도박사업의 보조금를 통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양산업이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카지노 사업의 번성을 이끌어낸 사냥개 경주대회가 아이러니하게도 카지노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오와주(州)의 카운슬 블러프에서는 이제 나이 지긋한 일부 노인들만 경주대회를 지켜볼 뿐 대부분의 고객은 아래층의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낸다.
사업자는 매년 수백만달러의 적자를 보면서도 일주일에 6일은 의무적으로 대회를 열어야 한다. 주정부가 이 대회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카지노 사업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매년 카지노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사냥개 경주대회에 쏟아붓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계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돈이 되는 다른 도박사업은 유지하면서 경주대회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기 위해 주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전개하고 있다.
수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무는 한이 있더라도 대회를 폐지하고 싶다는게 사업자들의 심정이다.
한때는 적대적 관계였던 동물보호 단체와의 연대도 강화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경주견이 감금 상태에서 학대당하고 시합에서 심각하게 부상하는 경우가 잦으며, 노쇠해지면 폐기처분된다는 점을 내세워 대회의 폐지를 요구해 왔다.
입법부를 상대로 한 로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냥개 경주대회가 결국은 퇴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경주대회 유지 비용으로 1천만달러를 투입했다는 호슈 카운슬 블러프 측의 보 구이드리 전무는 "아무도 찾지 않는 사업에 더 이상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산업 종사자나 열혈 팬들은 사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미그레이하운드협회(NGA)의 그레이 구치오네 재무담당 이사는 "대회를 보존하는 조건으로 카지노 허가를 받아놓고 이제 와서 대회를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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