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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2일 월요일

[한경데스크 ] 중국인의 미지근한 맥주

낯선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일로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 맥주 마시는 일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차가운 맥주로 인해 술잔에 하얀 서리가 끼는 것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중국의 가게들은 대부분 냉장고가 있는데도 상온에서 맥주를 보관한다. 중국에서 뜨뜻미지근한 상태의 밍밍한 맥주 맛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 사람들이 맥주를 마실 줄 모르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차가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체의 상태는 ‘머리는 차고, 가슴은 열려 있으며, 배는 따뜻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배에 차가운 기운을 집어넣는 것은 몸을 해치는 일로 여긴다. 기름에 볶거나 끓인 음식도 식기 전에 먹는다. 냉채라는 찬 음식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이건 별식이다. 생선회 같은 음식은 당연히 잘 안 팔린다.

중국의 맥주는 차갑지 않다

중국인들의 음식습관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먹을 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여행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관광 실태 조사’ 결과 중국관광객들은 ‘부실한 먹거리’(18.7%)를 ‘열악한 숙박시설’(39.1%)에 이어 두 번째 실망스러운 분야로 지적했다. 호텔이 부족한 것은 갑자기 관광객이 늘어나서 그렇다고 쳐도 한국의 음식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 영 께름칙하다.

한국음식이 중국요리에 비해 맛이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한국 전통음식으로 내놓는 반찬은 김치 깍두기와 각종 나물류다. 소위 밑반찬으로 불리는 것은 차가운 상태로 먹는 것들이다. 게다가 ‘쌀밥과 다른 반찬’으로 꾸며지는 한국의 음식문화는 주식과 다른 요리 간의 구분이 없는 중국의 것과 다르다. 중국 사람들의 습성으로 보면 차가우면서도 맵고 짠 밑반찬이 깔려 있는 한국의 식탁은 당황스러운 것일 수 있다. 중국 사람들에게 맞도록 조리를 해서 제공하거나, 최소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설명하는 노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이대 앞처럼 새만금도 살리자

죽었다던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 상권은 중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몰려들면서 살아났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의 파워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따라서 중국인 카지노관광객을 적극 유치, 관광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관광상품도 적극 개발할 때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해안 새만금 등에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중국인용 대규모 위락단지를 만드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2000년대 들어 마카오 카지노가 미국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 것은 도박을 즐기는 중국 본토사람들 덕이다. 한국이라고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5149달러를 기록했다. 5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주머니에 여유가 생기면서 해외여행객은 더 늘어날 것이고, 보다 질 높은 여행을 추구할 게 분명하다. 한국은 여기에 대한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여유국(旅遊局)이 최근 ‘제주도 관광주의령’을 내린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일부 관계자들이 중국인으로부터 여권을 맡아두고 도박자금을 빌려주다가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손님은 득실거리는데 싸구려 물건밖에 내놓지 못하는 한심한 장사꾼과 한국이 뭐가 다른지 당국자들은 생각해보기 바란다.

조주현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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