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홀덤[뉴스]'천재포커' 이태혁, 텍사스 홀덤 노하우…"포커는 52장의 두뇌게임"
지난달 11일 캄보디아 라스베카스 선 카지노에서 열린 월드포커챔피언십(WPC) 아시아 투어. 카지노 안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의 이름은 이태혁(32). 포커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태혁이라는 이름 석자는 차민수(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만큼이나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태혁씨는 포커의 한 종류인 텍사스 홀덤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홀덤 경력 11년인 그는 2004년 영국에서 열린 브리티시 RCT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심판으로서의 경력도 화려하다. 2006년 골든 게이트 월드포커 챔피언십과 2008년 WPC 아시아 투어 챔피언십 심판으로 활약하며 정확한 판단과 매끄러운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후진양성에 힘쓰며 WPC 딜러 아카데미 홀덤 강사로 활동중이다.
그런 그를 대회기간 중 만났다. 미래의 프로 갬블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홀덤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속보이는 질문이지만 칩을 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덧붙여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의 대답은 차가웠다. 홀덤을 도박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것. 두뇌싸움으로 즐기라는 말만 남겼다.
"도박으로 접근하지 마세요. 52장의 카드로 만드는 두뇌게임이라 생각하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만원으로 100만원을 따려고 합니다.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100만원을 잃을 수도 있죠. 게임 안에 내포돼 있는 스릴을 즐기세요. 홀덤은 경우의 수로 만드는 철저한 두뇌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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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라, 생존이 대박이다"
이태혁씨는 게임에서 이기는 비법 대신 게임에서 지켜야 하는 룰을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 지키기와 ▲ 버티기에 대해 말했다. 즉 생존이 대박이라는 것. 홀덤의 경우 죽거나 죽이는 '올인' 게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의 칩을 지키고 버티면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태혁씨에 따르면 '지키기'를 위한 기본 원칙은 '7:3'의 법칙이다. 그는 "게임 초반 보수적인 플레이가 중요하다. 보통 초보자들은 포켓(손에 든 2장의 카드)에 AA나 AK가 들어오면 흥분해서 베팅을 한다"면서 "10번 중에 3번만 플랍(테이블에 처음 깔리는 3장의 패)을 보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손에 쥔 2장의 카드가 최고라 맹신하지 말고 보수적으로 플레이를 하라는 것. 예를 들어 A플레이어가 손에 AK를 들고 있고, B플레이어가 손에 52를 들고 있다고 가정할 때, 플랍에 7-5-2가 깔리면 B플레이어가 5-2투페어로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홀덤 판에서 정말 좋은 패는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AA를 들고 시작해도 플랍에 어떤 숫자가 깔리느냐에 따라 승패는 엉뚱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7:3의 법칙이 중요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내 블라인드(카드가 돌리전 플레이어에게 강요되는 베팅)만 훔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합니다."
◆ "버텨라, 이미지를 만들어라"
그는 이어 버티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버티기의 가장 큰 원칙은 이미지 메이킹. 상당히 정직한 플레이어라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카드가 메이드 됐을 때 한번씩 패를 뒤집어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대로 하여금 이 사람은 소위 말하는 '뻥카'(블러핑)을 안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
이씨는 "그렇게 정직한 인상을 심어 주면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 베팅을 조절하면서 버텨야 한다"며 "이미지 메이킹을 하며 버티다 보면 나중에는 '올인'만 불러도 지레 겁을 먹고 떨어져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앞서 말한 지키지 전략이 더 중요한 것이다. 죽을 때 철저히 죽어야 강인한 이미지가 쌓이고, 그렇게 버티면서 기회를 노리는 게 키포인트다"고 강조했다.
단, 지키기와 버티기는 토너먼트 초반에만 유효하다. 이태혁 실장은 만약 결승 테이블에 오를 경우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죽이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이씨는 "플레이가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에 대해 익숙해진다. 때문에 쌓아온 이미지
를 변칙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예로 포켓카드만 받고 '올인'을 불러 다른 사람이 플랍을 보지 못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 "즐겨라, 이건 두뇌싸움이다"
이태혁씨는 이 외에도 수많은 법칙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치를 이용한 베팅법이라든지, 5배수 또는 홀수를 계산한 베팅법 등 베팅의 노하우, 확률 계산법(pot odds), 쇼스택 공략이나 광고성 플레이, 블러핑 등 공격 패턴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건 게임을 즐기는 자세다. 이씨는 "홀덤은 집중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최대한 집중력을 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2~3시간 정도 맑은 정신에서 즐기는 게 중요하다"면서 "홀덤을 레포츠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생업이라 여기고 올인해서는 곤란하다. 게임을 하는 동안 스스로의 법칙을 세우며 즐기는 순간 어느새 고수가 돼 있을 것이다"고 충고했다.
최근 이태혁씨는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다. 곰TV와 함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텍사스 홀덤 대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MIT 천재들이 라스베가스 포커판을 휩쓴 이야기를 예로 들며 "텍사스 홀덤은 두뇌싸움에서 출발한다. 수학적인 접근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텍사스 홀덤을 대학생들의 두뇌대결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비지땀을 흘린다. 홀덤을 올바르고 건전한 게임문화로 정착시키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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