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올인’ 실제 주인공 차민수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 회장…카지노는 차세대 서비스산업

1951년생/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졸업/ 1996년 슈퍼볼 슬림진 토너먼트 포커 세계 챔피언/ 2005년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영업이사/ 2009년 한국프로리그 한게임팀 감독(현)/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 회장(현) 

“52장의 카드요? 손에 딱 들어보면 뭔지 알 수 있어요. 4가지 다른 색깔의 잉크 특성에 따라, 숫자마다 잉크가 묻은 정도에 따라 무게가 다 달라요. 웬만한 타짜면 가려낼 수 있지요.” 

한때 배우 이병헌 씨가 출연하며 대유행했던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 차민수 카지노인터내셔널그룹 회장(61)의 말은 어찌 들으면 황당하지만 또 어찌 들으면 그럴듯했다. 이 얘기를 꺼낸 배경은 최근 모 종편 채널이 마술사와 차 회장의 카드 알아맞히기 대결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성사되진 않았으나 차 회장은 언제든 응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11년간 미국 포커 챔피언 

미국에선 합법적인 프로 카지노 게이머로 1986년부터 11년간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포커, 카지노 프로들 중 가장 높은 수입을 올렸다는 차 회장. 올해 만 61세인 그는 미국 퇴직연금 수령 연령인 63세가 되면 월 3700달러가량 수령하게 된다. 이 정도면 미국 소득자의 상위 0.04%에 해당한다. 그만큼 돈을 많이 벌고 또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는 말이다. 

그는 어떻게 세계 최고 갬블러가 됐을까. 어찌 보면 유복한 집안에서 편하게 살아왔던 게 화근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읜 상태에서 태어나 당시 극장을 운영하는 등 생활력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차 회장 어머니는 전쟁을 겪으면서 사내아이는 다양한 장기를 가져야 굶어 죽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다. 소년 차민수는 그 덕에 희귀했던 바이올린은 물론 쿵푸, 바둑, 탁구, 스케이트 등을 골고루 배웠다. 특히 혼자 하는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바이올린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고민했을 정도다. 이종사촌 형들에게 배웠던 바둑으로는 프로기사 자격까지 얻었다. 

그래도 먹고살 건 상경계열이란 생각에 동국대 경제학과에 진학했고 공부보다는 피아트 자동차를 사서 놀러다니는 등 튀는 생활을 했다. 

일찍 결혼해 1976년 미국 이민을 갈 때까지만 해도 인생은 술술 풀리는 듯했다.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주류 유통업에 손댔더니 금방 살림이 자리 잡혔다.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대학 시절 잠시 접했던 포커 게임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도 그때쯤이다. 

호기심 많은 그는 미국 카지노 사업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카드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럴수록 가족들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급기야 1984년 그는 사실상 이혼 통보를 받는다. 전 재산을 전 아내와 자식들에게 주고 한국에 돌아온 그. 그렇게 자신을 아끼던 어머니는 어느새 등을 돌렸다. 허망한 마음을 뒤로한 채 빈털터리가 되다시피 해 도망치듯 다시 돌아간 미국. 수중의 18달러가 전부였던 그에게 삶의 불씨를 되살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린 시절 갈고닦았던 바둑이었다.

미국 기원을 전전하며 내기 바둑으로 1600달러를 만들었다. 그리곤 그의 인생을 망가뜨렸던 카지노로 다시 간다. 

“카드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했던 시기였어요. 알 듯 알 듯하면서도 번번이 패하니 잠이 안 올 정도였지요.” 

그때 ‘은인’ 치프 존슨 캘리포니아주립대 포커학과 교수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존슨 교수는 당시 통계와 확률로 포커를 연구하던 사람으로 포커뿐 아니라 동양의 바둑에서도 이런 자기 이론이 먹힐지 궁금해하던 터였다. 존슨 교수가 당시 프로4단이던 차 회장에게 먼저 제안하길, 바둑을 가르쳐주면 자기도 포커의 확률론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차 회장은 ‘이거다’ 싶어 밤낮 그와 붙어다녔다. 그랬더니 과연 눈이 트였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당시 카지노를 출입하며 알게 된 주한미군 출신의 타짜 단 게롯 역시 그의 훌륭한 스승이 됐다. 한국 김치에 대한 향수가 있던 게롯에게 김치를 가져다 주는 등 친밀감을 보인 끝에 차 회장은 800여가지의 카드 사기기술을 알게 된다. 

1986년 드디어 그는 프로 포커게이머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는 포커 게임 챔피언으로 한 번도 수입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다. 1996년 슈퍼볼 슬림진 토너먼트 포커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최전성기를 누렸다. 한 해 수입은 적게는 250만달러(약 28억원), 많게는 400만달러(약 44억원)를 혼자 벌었다. 

그가 말하는 ‘도박과 게임의 차이’는 명쾌했다. “간단해요. 월 200만원 버는 사람이 50만원을 강원랜드에 쏟아부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빠지면 도박, 월 1000만원 버는 사람이 머리 식히려 포커 게임하다 50만원 정도 잃고 툴툴 털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여흥, 즉 게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단 한 번의 판단으로 몇억원이 오가는 카지노 업계에서 벼려진 철학인 듯했다. 현역에 있으면 지금까지도 갈고리로 매년 돈을 긁어모았을 법한데 1997년 말 돌연 그는 한국행을 택한다. 어머니가 위독하단 소식 때문이었다. 돈은 벌 만큼 벌었다고 생각한 그는 가족들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이후 그는 사실상 봉사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다. 연봉이 미국 현역 게이머 시절의 100분의 1에 불과한 명예직 같은 일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 국제자유도시 자문위원, 인천광역시 세계바둑선수권대회 홍보대사 등을 들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정부에서 손을 내밀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출자해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만들 건데 영업이사로 와달라는 것. 해외 인맥이 많은 그는 강원랜드 초기 멤버로 합류, 본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 년 못 가 그만둔다. 한국식 운영 방식과 충돌이 있었던 탓이다. 

대신 그는 한국카지노산업연구소를 만들어 초대 소장에 오르는가 하면 한국프로리그에서 한게임팀을 이끄는 감독으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카지노 산업 나쁜 거 아니다” 역설 

특히 그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바둑 토토 도입과 카지노 외자 유치. 

“프로기사들은 대국료와 상금으로 살아갑니다. 상위 20위권까지는 그럭저럭 생활이 되지만 나머지 100여명은 한 달에 50만원도 못 벌어요. 그럼에도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지요. 선수층이 상대적으로 더 두꺼워야 계속 고수할 수 있는데 그게 아쉬운 거예요. 중국의 경우 해외에서 타이틀을 따오면 상금의 50%를 가져가는 대신 30만달러 상당의 아파트를 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인데요. 민간 기업들도 한계가 있는 만큼 바둑 토토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최근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태 때문에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 차 회장은 “바둑은 승부조작을 쉽게 하지는 못한다. 심판관이 보면 다 알게 돼 있다. 또 10:10 단체전에 베팅하는 식으로 도입하면 승부조작 세력에도 큰 매력이 없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또 하나 목소리 높이는 건 카지노를 산업으로 보자는 것. 이미 그는 피지, 중국, 베트남 등 외국 정부에 불려다니며 카지노 산업을 컨설팅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초대형 카지노 업장을 열고 연간 10%대의 고성장을 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미국 카지노에 있으면서 알게 된 중국 최고위층은 카지노 산업을 어떻게 더 키울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규제만 풀리면 한국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요. 우리만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카지노 산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상품이고 실은 컨벤션, 쇼핑으로 더 많이 돈을 벌게 돼 있어요. 실제 조사해보니까 카지노 매출보다 쇼핑 매출이 3배 더 많더군요.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서면 인근에 테마파크 등이 같이 들어서기 때문에 고용효과도 1만명 가까이 되고요. 규제 방식은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다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차세대 먹거리로 손색없는 산업이 될 겁니다. 남은 인생 여기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박수호 기자 사진 = 류준희 기자]